영어 그림책 The Snowy Day 리뷰

From Nevado Mismi 2020. 12. 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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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영어 그림책 The Snowy Day 리뷰


아침에 일기예보 어플을 들여다보니 영하 2도 더라고요. 첫째에게 물이 0도에서 어는데 지금은 그것보다 더 낮은 영하 2도야.라고 말했더니 그럼 눈 오는 거야?라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물어보고는, 창가로 다가가 아직 어슴푸레한 밖을 내다보더니, 눈 온다~!!라고 외치더라고요.

물론 아이의 희망사항 섞인 귀여운 거짓말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눈이 얼마나 그리우면 그럴까 싶어서 아 정말~?? 하고 맞장구 쳐주었어요. 작년에도 이 지역에는 눈이 거의 오지 않았거든요. 집 근처 비탈길에서 타는 썰매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작년 겨울에는 정말 딱 한 번 정도밖에 타지 못했던 기억이 나요.



출처: amazon.com





아이들을 다 학교에 보내고 나니 저도 문득 첫 눈은 언제쯤 내릴까 하는 생각과 함께 Ezra Jack Keats의 The Snowy Day라는 책이 떠올라서 책장에서 꺼내보았어요.

이 책은 1963년 칼데콧 상을 수상한 작품이에요.
칼데콧 상은 근대 그림책의 아버지라 불리는 랜돌프 칼데콧을 기리기 위해 1938년에 처음 제정되었고 미국 어린이도서관협회에서 주관하는 그림책상으로서, 영어로 출판된 도서 중에서 미국 시민이거나 미국에 거주하는 삽화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수상작을 선정한다고 해요.

또 다른 유명한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은 문학성을 기준으로 책을 선정하는 반면, 이 칼데콧 상은 삽화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니만큼 그림에 초점을 두고 책을 선정한다고 해요.

이 책도 역시 눈이 무척이나 많이 온 날의 추억에 모두가 흠뻑 빠져들 수 있도록 눈 온 날의 거리를 개성 있고 아름답게 표현했어요.

주인공 피터의 키보다 두배는 크게 쌓여 있는 눈더미들.
crunch, crunch, crunch,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이렇게 저렇게 발자국도 남겨보고,
s-l-o-w-l-y, 천천히 발을 끌어서 기다란 줄무늬 자국도 만들어봅니다.
두줄이다가 막대기를 하나 발견해서 막대기로 한줄 더 추가, 줄무늬가 세줄이 되어요.
눈 쌓인 나무를 막대기로 푹푹 찔러보다가 눈덩이가 머리 위에 철퍼덕! 떨어지기도 하고요.
큰 형아들이 하는 눈싸움을 같이 해보고 싶지만 아직은 엄두가 나지 않아 혼자 눈사람도 만들고
한가득 쌓인 눈 위에 벌러덩 누워서 천사 모양도 만들었어요. (러브스토리 영화의 한 장면이 음악과 함께 머리에 떠오르시는 분, 손~? ;-D )

그렇게 신나게 놀고 집으로 들어가면서 피터는 snowball 하나를 만들어서 주머니에 넣어 따뜻한 집으로 들어와요.
엄마가 젖은 양말을 벗겨주시는 동안 피터는 엄마에게 자신의 신나는 대모험을 얘기해주지요.
목욕을 하고 잠을 자러 가기 전에 피터는 외투 주머니를 들여다보아요.
그러나 주머니는 비어있지요.
눈뭉치가 다 녹아버려서 슬픈 마음으로 잠이 드는 바람에 꿈에서도 해님이 눈을 다 녹여버리는 꿈까지 꾸었어요.
하지만 다음 날 깨어나 보니 눈은 여전히 쌓여 있고 새로운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어요!

피터는 이번에는 친구와 함께 이 눈세상에서 어제보다 더 멋진 모험을 펼치러 떠납니다!






지금 제 아이들이 내복 바람으로 눈싸움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간다고 하면 기겁을 하면서 이것저것 옷 챙겨 입히기 바쁘겠지요.

하지만 제가 어릴 때는 문만 열면 바로 눈을 만질 수 있는 주택에서 살았기 때문에 부모님의 통제가 없는 날이면 내복 바람으로 마당으로 달려가서 동생이랑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면서 눈 위에서 한바탕 놀고 들어오던 날이 한 편의 영화처럼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런 추억들이 삶을 이어나가게 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겠지요.

요즘 아이들은 저 어릴 때에 비하면 본인들 의지와 생각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아파트에서는 뛰지 말라는 말을 늘 듣고 살아야 하고 조금만 추우면 감기 걸리니 나가지 말라고 통제 당하고 조금만 더워도 에어컨 틀어진 집에서 쉬라고 통제당하고 땅거미가 질 때까지 밖에서 뛰어노는 경험보다는 해 질 때까지 학원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더 많은 요즘 아이들.

부모님의 통제가 없는 시간과 공간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뭐라도 해보면서 그 안에서 창의성도 생기고 리더십도 생기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창의성은 용기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부모님한테 혼날까 봐 못하거나 단념하는 일 없이 일단 한 번 도전해보는 용기. 내가 내 힘으로 내 의지로 도전해보았다는 작지만 큰 성취감.

그런 것들이 참 중요한데도 자주 깜빡하고 당장 내가 편하려고 아이들을 통제하려는 제 모습을 느낄 때마다 반성하게 되고 좀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게 돼요.

아무튼 춥다, 위험하다, 그만 놀아라 하는 잔소리 없이 온전히 하루를 눈세상에서 마음껏 즐긴 피터가 참 보기 좋았나 봐요. 책 리뷰 하다가 창의성이니 리더십이니 이런 얘기까지 나오게 되었네요. X-D

제가 사는 지역엔 언제 눈이 내릴지 모르겠지만 원없이 펑펑 내려주면 좋겠어요. 그때는 피터처럼 아이들이 스스로 이제 그만 놀래 하고 말할 때까지 눈 세상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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